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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은혜 아는 세대는 절대로 망하지 않아”

[동화작가 박은자가 만난 사람] 홍만식 회장

2022년 05월 03일(화) 11:01 [(주)온양신문사]

 

ⓒ 온양신문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니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 꽃을 피는 계절이 어디 봄 뿐이겠는가? 여름에는 여름 꽃들이, 가을엔 가을꽃들이 가득 피어난다. 꽃을 보면 마음이 즐겁고 환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사람을 보고 즐거워지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늙은 부모를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어린 자식을 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뉴스를 보면 아름다운 이야기보다 흉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온다. 왜 그럴까? 세상이 왜 자꾸 더 암울해지는 걸까? 그 까닭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
풍산홍씨 정익공파 종회 홍만식 회장,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 우리 세대는 구심점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중요한 것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은 결코 악하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부모의 은혜를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니 세상은 자꾸 더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홍만식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 우리의 근본이 무엇인지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이 줄지어 쏟아진다.

홍만식 회장은 6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소년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젊은이처럼 기개가 넘친다. 잠시 그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협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했어요. 농협에 근무하는 동안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죠. 매사에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고,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 왔어요. 농협에서 근무하는 동안 영농자금을 담담하고 있을 때 일입니다. 마을 이장들이 빨리 대출을 해 달라고 한 달 월급보다도 더 많은 돈을 책상 서랍에 몰래 넣어놓고 가는 거여요. 저는 그런 돈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어요. 얼른 찾아가 그 돈을 돌려주었지요. 처음엔 잘난 척 한다고 욕을 먹기도 했고, 건방지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돌려받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설득했어요. ‘형님, 일꾼 얻을 돈 아끼느라 애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에 모를 심지요? 그런데 이렇게 돈을 쓰면 되겠습니까? 또 이 돈을 받는다면 제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장들과 한 번도 밥을 먹어 본 적이 없어요. 농협을 퇴직하는 날까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어요. 그것은 후에 너무나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어요. 농협을 퇴직하고 신용카드기 관리 사업을 할 때 이장님들을 비롯한 농민들이 형제와 지인들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다니면서 도와주더군요.”

홍만식 회장은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은 늘 행복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행이라는 녀석은 행복이 넘치는 사람을 더 노리고 넘어뜨린다.

“정말 저의 삶은 가슴이 벅찰 만큼 보람이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넉넉했어요. 하지만 방위산업을 함께 해 보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고, 1990년도에 7500만 원을 투자했고, 그 후에 투자가 여러 번 더 진행 되었어요. 하지만 동업을 하던 친구의 배신으로 자랑스럽게 다니던 농협을 퇴직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배방 회룡리에 있던 땅 만 평을 순식간에 잃고, 집을 포함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어요. 쌀을 살 돈이 없어서 이틀을 굶으니까, 아내와 자식까지 굶기고 나니까 정말이지 도둑질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저의 곤고한 사정을 형제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돌이켜 보면 아내에게 저는 정말 죄인입니다. 그 당시 한 달 약값이 3700원 하는 혈압약을 아내에게 사다 주지 못했어요. 결국 아내는 혈압을 제때에 치료하지 못해서 콩팥이 상했고, 지금은 1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받는 안타까운 지경이니 아내에게는 그저 한없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아득했던 상황들이 참 많았어요. 여유롭게 살다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짜리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 집마저 월세를 내지 못해서 보증금이 다 사라졌어요. 전기가 끊어지고, 가스가 끊어지는 것까지는 버틸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이 끊어지니 살 수가 없더군요."

"곤고한 상황이 끝도 없이 달려왔죠. 자식이라고는 아들 둘 뿐인데, 큰아들이 수업료를 내지 못해 졸업장을 못 받게 된 겁니다. 학교에서는 수업료 68만 원이 밀렸다고 졸업장을 주지 않았죠. 그래서 아들에게 ‘졸업장 없어도 되지 않냐? 그까짓 거 종이쪽지 아니냐고 했더니 아들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힘이 하나도 없이 그래도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말 했더니 친구가 두 말도 않고 68만 원을 빌려 주더군요. 하지만 작은아들은 용기를 내어 학교에서 사정을 말하고 면제 받았어요.”

“그렇게 비참하게 살던 2005년 새벽이었어요. 다른 건 어느 정도 의지로 되는데 담배는 의지로 안 되더군요, 담배를 살 돈이 없으니까 새벽에 공원을 돌며 꽁초를 주워서 피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꽁초를 어떤 환자가 피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간 남이 버린 꽁초를 입에 물 수가 없었어요. 담배를 던져 버렸어요. 그 날, 던져버린 꽁초와 함께 저의 자존심도 던져 버렸지요. 신용카드기 관리 사업을 하던 친구를 찾아가서 직원이 되었고, 얼마 후 신용카드기 관리 회사를 직접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경제적 회복을 이루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어려움을 통해서 배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늘 벙실벙실 잘 웃는 홍만식 회장, 95세 된 고모님에게 매월 용돈을 보내드리고, 시장에서 걸인을 만나면 지갑에 들어있는 돈을 몽땅 털어주는 사람이다. 그는 추운 날이면 일부러 시장에 간다. 추위에 얼른 들어가시라고 할머니들이 팔고 있는 야채를 몽땅 산다. 그뿐이 아니다. 농지를 빌려 주면서도 임대료를 받지 않는 그에게서 과거에 힘들었던 그늘을 찾을 수 없다.

홍만식 회장은 자주 여행을 즐긴다. 그러나 그의 여행은 화려하지 않다. 그가 가는 곳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 경관이 아름다운 곳도 아니다. 홍만식 회장은 여행을 통해서도 사람들을 돕는다.

↑↑ ▲몽골 여행 중인 홍만식 회장

ⓒ 온양신문

그의 여행지는 환경이 열악한 몽골이다. 옷 한 벌을 사기 위해서 10일씩 말을 타고 달려야 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돈이 있어도 옷을 사 입을 형편이 못 된다. 몽골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홍만식 회장은 여행을 떠나기 전 부지런히 옷을 모으고, 그 옷을 압착해서 가져간다. 몽골 초원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이다.

어느 자리에 서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도우려고 애를 쓰는 홍만식 회장, 그가 젊은 날에 겪었던 궁핍은 오히려 그의 삶을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는 요즘 서예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한자를 익히기 위해서 아이들처럼 학원에 다닌다. 비석에 쓰여 있는 한자를 줄줄 읽어내지만 그는 자신의 공부가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그가 뒤늦게 한자공부에 매진하는 까닭을 들어보자.

↑↑ ▲풍산홍씨 정익공파 종회 행사

ⓒ 온양신문

“2020년 12월 22일 국보 334호로 지정된 ‘기사계첩 및 함’을 보유하고 있는 풍산홍씨 정익공파 종회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6년 전 종친회 총무 일을 보기 전까지는 그저 어른들을 따라다니며 절만 했습니다. 그러다 총무 일을 보면서 종친회에 애착을 갖게 되었는데 우리 조상님들을 알면 알수록 마음이 벅차고 자랑스러운 겁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높은 벼슬에 있으면서도 청렴하셨어요. 훌륭한 조상님을 두었다는 자부심이 가슴에 꽉 차니까 조상님들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해마다 달랐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보니 조금씩 이야기가 바뀌고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조상님들의 언행을 제대로 전해주고 싶어서 풍산홍씨정익공파종회 소개책자를 만들었어요. 조상님들의 언행을 공부하다보니 저의 부족함이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요. 한걸음 더 나아가서 부모를, 어른을 아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묘역을 정비하고 단장하면서 종중원과 후손들에게 긍지를 심어주고, 종친간 친목을 쌓는 요람으로 정하였습니다. 명문가의 후손으로 지녀야 할 품위와 숭조정신을 갖도록 애를 쓰고 있습니다.”

홍만식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머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글귀가 떠올랐다. 우리들의 잃어버린 가치를 다시 찾고 미래를 밝히고자 애쓰는 홍만식 회장, 그가 힘주어 말한다.

“부모의 은혜를 아는 세대는 절대로 망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노고를 알고, 근본을 찾는 일은 쓰러져가는 이 세대를 살리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 ▲풍산홍씨 정익공파 종회 행사

ⓒ 온양신문


↑↑ ▲풍산홍씨 정익공파 종회 행사

ⓒ 온양신문


↑↑ ▲풍산홍씨 정익공파 종회 행사

ⓒ 온양신문


↑↑ ▲몽골 여행 중인 홍만식 회장

ⓒ 온양신문


↑↑ ▲몽골 여행 중인 홍만식 회장

ⓒ 온양신문


↑↑ ▲몽골 여행 중인 홍만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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