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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2020년 05월 25일(월) 10:26 [온양신문]

 

장재울공원의 왕버들

↑↑ ▲홍승균(온양문화원 이사)

ⓒ 온양신문

수도 서울에 사는 이들에게 서울 말고는 모든 고장이 온통 시골로 통칭된다. 시골(?)인 온양을 궁금해하는, 원적이 서울도 아닌 서울 친구에게 늘 하는 립서비스 `언제 온천물 목욕이나 한번 하러 오시게’를 남발하며 지내던 차, 눈치 없는 한 친구가 정말로 찾아오는 일이 발생한 이십여 년 전 이야기다.

장항선의 존재조차 생소할 뿐더러 비교적 일찍 마감되는 장항선을 타지 못한 친구는 천안역에 밤늦게 도착해 나의 사전 안내대로 4명이 모두 승차해야 비로소 출발하는 합승 택시(일명 ‘총알택시’)에 서둘러 몸을 꾸겨 싣고는 택시기사와 한마음으로 오가는 이들을 애처롭게 바라본다.

기어이 한밤중에 온양에 도착한 그 친구의 일성은 `천안에서 금방이라더니 컴컴한 시골을 하염없이 달리고 달려서야 도착했다’며 역시나 엄청나게 시골인 온양을 실감했다는 첫인상을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밤중에 행선지를 부르는 어떤 이는 `온양나들이’를 주문하다니, 그 어두운 밤중에 택시로 무슨 밤 나들이를 하는지 어이없는 경우를 겪었노라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천안에서 온양으로 오는 길목을 일컫는 `온양나들이`라는 말을 알 턱이 없는 그에게는 오늘날 아산 시티투어 쯤으로 생각돼 어처구니없는 사람으로 여겨졌나 보다.

그가 말한대로 이십 년 전쯤의 그 길은 온통 어둠 뿐이었고, 낮 풍경 또한 푸르름의 연속이었다. 혹여 골프를 즐기는 이라면, 펼쳐진 너른 논의 볏잎들이 마치 푸른 잔디 그라운드를 떠올리게 할 만큼 햇살에 초록빛이 반짝였을 터이다.

서울을 위시한 위 지역 뿐만 아니라 아래 지역으로부터 온양을 향하는 주요 도로는 국도 39번의 2차선 가로수 길이었고, 천안역에서부터 분기해 구불구불 장항으로 가는 기차에는 우리만(?) 남아서 사투리가 겹쳐졌다.

이제는 차창 밖 외부에서는 보이지도 않지만 배방읍 장재리의 주공 휴먼시아 아파트단지에는 ‘장재울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국도가 넓혀지고 길이 바뀌었으며, 철도 노선 또한 반듯하게 정비된 데다 지상으로 높이 올라간 지금은 볼 수 없는 정경이 되고 말았다.

천안 방향에서 볼일을 마치고 뉘엿뉘엿 지는 해를 마주보며 온양으로 가는 차편에서 예의 시골길을 가다가다 눈앞에 나타나서 반겨주는 존재가 있었다. 장재리의 왕버들 두 그루이다. 모양이 이쁘지도 않고 높다랗게 솟아있지도 않지만, 수북한 파마머리를 하고 퉁퉁한 몸매의 우리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왕버들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이제 우리 집에 다 와 가는구나`하는 편안함으로 짐을 챙기기 시작하게 했던 나무이다.

하루가 다르게 아산과 천안 간에는 대규모 아파트와 도로가 건설돼 점차 경계를 찾기 어려울 만치 두 도시는 붙어가는 양상이고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 속에 파묻힌 왕버들은 이제 존재감을 상실한 지 오래다.

다만 아파트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베어지지 않고 특정 아파트의 휴식공간처럼 전유물이 돼 ‘장재울공원’이라는 이름 아래 옛 철도 레일 한 토막과 청동 조각상, 정자 같은 것들로 구색을 갖추어 놓았다.

우리네 키보다 훨씬 커서 우러러 보였던 왕버들은 그보다 비교할 수 없는 높이의 아파트에 둘러싸여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의 아산은 발전된 위상 만큼이나 여러 진입도로를 통해 사방에서 차량이 오가면서 현대적 산업도시로 변모했고 하루가 다르게 건축물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다.

아산 그린타워 전망대나 인근의 높은 산에 올라서 아산 온양동 도심을 보면 대번에 느낄 수 있다. 이는 아산 뿐만 아니라 발전속도를 경쟁하듯 우리나라 전역의 도시마다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구도심을 기준으로 초고층 아파트가 외곽에 성벽을 쌓듯이 에워싸는 형태로 구성되고 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고대국가의 난공불락 성처럼 느껴지도록 두툼한 벽으로 폭 둘러싸여 있고, 행여 숨구멍이 트였나 싶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펜스가 둘려지고 땅을 파고 있다. 그도 모자라 이중 삼중으로 아파트 동이 겹겹 두툼하게 덧칠된다.

현재의 주거형태는 아파트 형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때가 돼 집으로 들어서는 귀갓길도 개미굴 같은 아파트로 칸칸이 들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후죽순 아파트의 건립 붐을 막을 수는 없다. 시절이 그렇다 해서 우리 아산도 보통의 현대도시처럼 네모 곽 같은 아파트의 모습으로 우리 고장의 첫인상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인근 부여나 전주, 남원의 경우처럼 도시에 진입하는 초입 도로에 한옥식으로 구조물을 조성해 고도(古都)로서의 면모를 보이거나, 청양이나 충주 등처럼 그 지역의 특산물을 형상화해 크게 소개하는 형태도 있다.

우리 아산의 경우에는 일부러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만 찾을 수 있지만, 배방에서 온양 도심으로 가는 고가 기둥에는 삐딱한 형태로 거북선을 만들어 놓았다. 만들었다기보다는 기왕의 고가구조물에 거북선의 모습을 재현할 발상을 한 것이 기발하다고 해야 할지, 조잡하다고 해야 할지 실소를 자아낸다.

무엇이 아산다운 것이며 어떤 모습이 우리 모두에게 자긍심을 주고 기준이 될 수 있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할 만큼 어필할 수 있을까?

천안은 가로수에 능수버들이 즐비해 흐느적흐느적 충청인의 기질만큼 늘어지는 분위기를 지나 우리 아산 입구에 다다르면 대지에 콱 박혀있는 왕버들이 심정적 기준이 되었었다.

왕버들은 수명이 오래가는 대표적인 수종이자, 넉넉한 인심을 지니고 있어서 나무 중에서 가장 많은 생명체를 보듬고 함께 살아가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각종 새와 곤충, 벌레들이 서식하기 좋은 나무. 다시 말하자면 경상도 싸나이, 전라도 아가씨, 서울깍쟁이, 까르르 수학여행 온 청춘들, 그리고 화사한 신혼부부 할 것 없이 누구나 편하게 와서 목욕하고 푹 쉬어가던 온양온천의 인심 좋은 아주머니 같았다.

매양 정체되고 하루가 다르게 노령화하는 다른 고장에 비하면, 인구가 증가하고 건설이 활발한 아산은 행복한 고민이라 하겠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네모진 시멘트 덩이로 우리 아산의 첫인상을 맞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33만 아산의 멋진 첫 모습에 대해 고민해 봄직하지 않은가?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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